문방이란 문한(文翰; 글짓는 일)들을 다루는 곳, 즉 문사(文士)들의 방이란 뜻이다.
문방에 없어서는 안될 붓(筆), 종이(紙), 벼루(硯), 먹(墨)을 문방의 사우(四友)라 하며 문방사후(文房四候), 사보(四普)라 한다. 문방사후란 것은 사우를 의인화 시켜 벼슬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서예를 쓰는데 있어서 강한 붓[狼毫]으로 쓰는 것이 좋은지 아니면 부드러운 붓[羊毫]으로 쓰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문제는 서예계에서 줄곧 쟁론이 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강한 붓이 좋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붓이 좋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자기의 습관에 의거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옛사람은 그 일을 잘하려고 할 때에는 반드시 먼저 공구를 날카롭게 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니 우리도 붓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하여야만 글씨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한 붓과 부드러운 붓은 모두 글씨를 쓰는 도구지만 성능면에서 오히려 다른 점이 있다. 간단하게 말하면 붓털의 강하고 부드러움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필봉의 장단과 살찌고 파리함의 구별이 있는 것이다. 강한 붓은 필봉이 짧고 탄력성의 폭이 적고 내제된 힘이 없기 때문에 한 번 먹을 찍어 글씨를 쓰면 점과 획은 이룰 수 있지만 면은 이루지 못한다. 또한 필두가 날카롭고 강하면 단지 매우 가는 필획만 쓸 수 있기 때문에 작은 글씨를 쓰기에 적합하다. 만약 강한 붓으로 큰 글씨를 쓸 경우에는 표현력에도 한계가 있어 강렬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 부드러운 붓의 필두는 둥글고 건장하며서도 길기 때문에 먹물의 함유량이 많아 쉽게 사방으로 쓸 수 있으며 마른 먹이나 축축한 먹으로도 충분히 영활하게 움직일 수가 있다. 그리고 탄력성의 폭이 크고 내재된 힘이 있어 한 번 먹을 찍으면 점과 획은 물론이고 면까지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굵고 가는 획, 길고 짧은 획, 마르고 축축한 것들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고, 신축성이 강하여 붓의 사면팔방을 골고루 쓸 수가 있다. 따라서 작은 글씨의 해서에서부터 아주 큰 글씨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글씨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풍부한 예술적 표현을 할 수 있다.
서예는 표현을 추구하는 예술이기 때문에 먼저 음률과 리듬감이 있어야 한다. 이런 리듬감은 붓을 운용할 때 붓을 일으키고 누르고 꺾고 머무르게 하는 데에서 발생하게 된다. 용필에 있어서 장봉(藏鋒)과 회봉(回鋒) 등은 분명하고도 함축적인 교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글씨가 판에 박은 듯하여 부자연스럽고 생동감이 없게 된다. 글씨를 쓸 때에 부드러운 붓 또는 강한 붓을 막론하고 연구해야 할 것은 붓을 일으키는 부분과 짜임새에 대한 부분이다. 그러나 부드러운 붓으로는 장봉과 회봉의 완전한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데 이것은 붓을 엎는 방법으로 붓을 일으키고 짜임새를 제대로 짤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소박하면서도 둥글고 착실한 맛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붓으로 붓을 돌릴 때 자연스럽지 못하여 장봉과 회봉을 표현하기에 곤란한 점이 많이 발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부드러운 붓을 운용하여 안진경(顔眞卿), 유공권(柳公權), 구양순(歐陽詢), 우세남(虞世南) 등의 글씨를 쓰면 점과 획이 부드러우면서 후박하게 되어 필의가 생동감이 넘치고 자연스럽게 된다. 때때로 붓 잡은 손을 한 번 움직이기만 하여도 붓을 일으키는 곳의 윗면이 평평하면서도 만족하게 되고, 붓을 맺을 때 가볍게 한 번 누르면 외형이 완전히 차게 된다. 그러나 강한 붓으로 이러한 점과 획을 표현하려고 장봉과 회봉을 사용함녀 생경하고 판에 박은 듯이 나오게 되며, 붓을 운용할 때 정신을 집중시켜 조심하지 않으면 붓털이 삐져나와 거칠게 되므로 소박하고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게 된다. 또한 윗획과 아랫획의 호응관계에 있어서 만약 부드러운 붓을 사용하게 되며 단지 가볍게 한 번 움직이는 붓의 추세에 의하여 이것이 암시되며, 이어서 계속 글씨를 쓰게 되면글자의 형세도 붓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므로 앞뒤의 호응이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부드러운 붓으로 무겁게 누르면 굵은 획이 나오게 되고, 가볍게 뽑으며 가는 획이 실같이 나와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생동감이 있으며, 굵고 가는 획이 서로 교차하기 때문에 풍부한 리듬감이 있어 상쾌한 기분을 자아내게 한다. 대체로 강한 붓으로 이러한 것을 표현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며 더욱이 큰 글씨에 있어서는 더욱 곤란하다.다음으로 서예는 모든 글씨체를 막론하고 획에 있어서 살과 힘줄과 골격을 추구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붓과 이것을 운용하는 기교의 결정체다. 만약 좋은 솜씨를 가진 서예가가 있다 하더라도 좋지 못한 붓으로 글씨를 쓰게 되며 아무래도 정확하고 훌륭한 작품을 하기는 힘들 것이다. 만약 초서를 슴에 있어서 탄력성이 풍부한 부드러운 붓으로 쓴다면 종횡으로 휘두를 수 있으며, 먹을 한 번만 듬뿍 묻혀도 몇 자 또는 몇 줄까지도 쓸수가 있고, 굵고 가는 획 또는 강하고 부드러운 획 심지어 먹의 농담에 이르는 변화까지도 나타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강한 붓으로는 이러한 기세를 표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필봉에 묻히는 먹물에도 한계가 있으며 탄력성도 적기 때문에 부드러운 붓을 사용하였을 때처럼 다양한 리듬감과 기세가 부족하여 효과적인 예술감각을 창출할 수가 없게 된다.
반백응(潘伯鷹)은 "만약 큰 글씨의 해서나 전서 혹은 예서를 쓸 때 양호(羊毫)를 사용하면 우아한 맛을 나타낼 수 있다." 라고 하였다. 이것은 매우 정확한 말로서 해서·전서·예서 등의 글씨는 장봉과 회봉을 중심으로 하는 필법을 주로 쓰는 것이고 단숨에 내려긋는 글씨가 아니기 때문에 멈추는 곳에서 왕왕 함축과 후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양호의 붓을 사용하면 힘은 능히 솥을 들 정도이며 기는 침착하게 가라앉힐 수 있어 골격과 기세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만약 강한 붓을 사용하게 된다면 획이 단순해지고 판에 박은 듯하게 되므로, 더욱이 축축한 붓으로 윤기를 표현하고 마른 붓으로 기세를 취하는 법도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강한 붓보다는 부드렁누 붓을 써야지 서예의 지수를 올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옛사람들의 경험을 빌리면 부드러운 붓을 사용할 때에는 붓을 높이 들어 팔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여야 한다. 반천수(潘天壽)는 양호가 손에 가장 적합하다고 하였는데 이것은 초보자는 물론이고 기초가 잡힌 사람도 유의하여야 할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부드러운 붓으로 글씨를 쓸 때 붓을 엎으면 그대로 주저앉게 되어 이것을 다시 일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붓의 탄력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고, 팔의 힘이 부족하거나 너무 붓으 눌러 필봉의 탄력을 잃게 하기 때문이니 꾸준히 노력하여 이것을 극복하여야만 부드러운 양호의 특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종합하여 말하면 붓을 선택할 때에는 강한 붓보다는 부드러운 붓을 사용하는 편이 좋다. 이것에 대한 문제를 어떤 사라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겠지만 한단계만 실천하게 되면 자연히 그 속에서 유익함을 스스로 느끼게 된다.
- 붓의시작
문자가 생기면서부터 모필(毛筆)이 쓰여지기 전에는 뾰족한 것으로 뼈조각이나 금속과 돌에 새겼다. 문헌에 의하면 붓을 처 음 만든 사람은 몽염이라는 진(秦)나라 사람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중국 은대(殷代)에 이미 모필(毛筆)로 쓴 도기의 조각이 발 견되는 것으로 봐서 몽염이전시대에도 붓의 형태를 지닌 것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붓의재료
붓은 주로 동물의 털이나, 드물게는 수염을 이용한다. 주로 쓰이는 것은 양 털,토끼털,족제비털 등이 있다. 같은 동물의 털 이라도 채취시기와 신체부위에 따라 성질이 다르다. 붓대는 대부분 죽관(竹管)을 사용하지만 옛날에는 금관(金管),은관(銀管), 상관(象管)도 있었다고 한다.
- 붓의 분류
붓의 호(毫)의 굵기에 따라 극대필(極大筆)부터 쥐의 수염4~5개로 만든 미세필(微細筆)까지 종류가 많다. 호의 길이에 따라 서는 장봉(長鋒),중봉(中鋒),단봉(短鋒)으로 나누어진다. 호의 강한 정도에 따라서는 강호(剛毫),겸호(兼毫),유호(柔毫)로 나눌 수 있는데, 겸호는 강한 털과 부드러운 털의 두가지 이상의 털을 섞어 만든 것이다.
- 좋은 붓
좋은 붓은 네 가지 덕(德)을 갖춘 것이라야 한다. 즉 첨(尖),제(齊),원(圓),건(健)을 말하는데 `첨'이란 붓끝이 날카롭고 흩어지지 않은 것을 말하며, `제'란 굽은 털이 없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는 것을 말하며,`원'이란 보기에 원만한 모양을 지니고 회전이 잘 되는 것을 말하며, `건'이란 충실한 선이 꾸준히 그어지며 붓의 수명도 긴 것을 의미한다. 덧붙여 붓대는 너무 크지 않은 것이 좋으며 각자가 잡기에 편하면 좋다고 볼 수 있다.
- 붓의 선택과 손질(보관)
붓을 고를 때는 털을 넓혀 봐서 붓끝이 가지런하고 털끝이 투명한 부분이 많은 것이 질이 좋은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사덕(四德)도 갖춘것이 좋겠다. 붓을 처음 사용할 때는 물에 장시간 담가서 풀기를 충분히 제거한 후 쓰도록 한다. 굳은 붓을 먹으로 눌러 부드럽게 하는 것은 붓을 상하게 한다. 붓을 쓰고난 후 호가 뒤틀리지 않게 잘 빨아 남은 먹물을 완전히 제거하고 통 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종이를 발명한 나라다. 과거에는일반적으로 채륜(蔡倫)이 동한(東漢,89∼105) 때 종이를 발명하였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반세기 이래로 신강(新疆)·섬서(陝西)·감숙(甘肅) 등지에서 네 차례나 출토된 서한(西漢)의 고지(古紙) 등으로 채륜이 발명한 때보다 먼저 종이를 사용하고 있었음을 증명하였다.
종이의종류도 매우 다양한데 중국 서화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은 선지(宣紙)라고 한다. 선지는 15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것으로 부드럽고 질기기가 명주와 같으며, 희기가 마치 백설 같으며, 무늬나 결은 깨끗함녀서도 치밀하고, 쉽게 썩지 않으며, 벌레나 좀이 잘 쏠지 않으며, 변색이 잘 안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안휘경현(安徽涇縣)에서 생산되는 선지를 일컬어 천년수지(千年壽紙) 또는 지중지왕(紙中之王)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천년을 가는 단청(丹靑)과 같은 풍류와 운치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지의 질은 부드럽고 먹이 잘 스며들며 감촉이 매우 좋기 때문에 먹과 붓에 대하여 오묘한 변화를 창출하게 도와준다. 서화작품용 선지는 먹이 뒤에 까지 스며들기 때문에 먹색이 더욱 윤택이 나서 감상자들에게 상쾌하고도 정아한 느낌을 준다.선지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생선(生宣), 숙선(熟宣), 반숙선(半熟宣) 등 세 가지로 나누어 진다.
생선(生宣)에는 단선(單宣), 중단선(重單宣), 정피선(淨皮宣), 협선(夾宣) 등이 있는데 흡수력이 매우 강한 것이 특징이다. 좋은 생선은 먹의 광택을 보존하며, 먹이 마른 뒤에 이곳에 물이 닿아도 번지지 않으며, 오래 지나도 산화가 되지 않는다. 생선에다 붓을 움직여 글씨를 쓸 때 먹이 번지면 운용하기가 좋을 뿐만 아니라 운치도 나기 때문에 특별한 정신과 풍채가 나타남으로 어떠한 글씨체를 쓰더라도 가능해진다. 그러나 초보자가 여기에 글씨를 쓴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먹물이 진하면 붓이 나아가지 않게 되며, 반대로 먹물이 흐리면 먹이 나무 번지게 되기 때문에 묵창(墨漲)이라는 병에 걸리기가 쉽다. 따라서 생선을 사용하는 것은 오랜 숙련과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가능하며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숙선(熟宣)은 생지(生紙) 위에 백반을 발라 가공처리를 한 다음 만든 것이기 때문에 질은 매우 강하나 먹이 잘 흡수되지 않는다. 운모전(雲母篆), 선의전(蟬衣篆) 등도 모두 숙선에 속하는 종이다. 이러한 종이들은 표면이 비교적 매끄럽기 때문에 먹이 번지지 않고, 비록 번진다 하여도 그 정도가 아주 미약하여서 글씨를 쓰기에는 적합치 않으며, 일반적으로 화공들이 그리는 그림 따위에 주로 쓰이고 있다.
반숙선(半熟宣)은 생지를 가공하여 만든 것으로 성능은 생선과 숙선의 중간이어서 먹이 너무 번지지도 안번지지도 않으며, 이층옥판(二層玉版)·삼층옥판(三層玉版) 등도 모두 이 반숙선에 속하는 종이다. 이 종이도 글씨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만약 처음부터 생선을 쓰기가 적당하지 않게 여겨질 때에는과도기로 이런 종이 위에 연습을 한 다음 익숙하게 된 연후에 다시 생선을 쓰면 용이하게 쓸 수 있게 된다.
처음 글씨를 배울 때에는 지나치게 비싸거나 좋은 종이를 쓸 필요가 없다. 그리고 너무 서둘러 선지에 쓰는 것도 좋지 않다. 처음에는 당지나 시험지 혹은 신문지 등을 이용하여 쓰는 것도 좋다. 당지는 원래 복건성(福建省) 장락현(長樂縣)이나 강서성(江西省) 태화현(泰和縣)이 원산지나 지금은 많은 곳에서 이를 생산하고 있다. 이 종이는 부드럽고 먹이 잘 스며들어서 글씨 쓰는 사람들이 대단히 좋아한다. 시험지는 원래 부양(富陽)·소산(簫山) 등지에서 생산되며 당지에 비교하여 차이가 조금 있으나 초학자들이 글씨 쓰기에는 비교적 적합한 종이다. 신문지도 글씨 쓰기에 적합하나 여기에는 인쇄용 기름기가 남아 있어서 붓이 상하기가 쉽고, 많은 글자들이 인쇄되어 있어 정신이 산만해지는 결점이 있다.
종합적으로 말하면 글씨를 연습할 때 사용되는 종이는 너무 이것저것을 따질 필요가 없으며, 단지 무늬가 비교적 가늘고 먹을 흡수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너무 매끄럽고 질긴 종이, 예를 들면 모조지, 켄트지, 기름종이 등을 사용해서는 안된다.
- 종이의 기원
일반적으로 종이의 기원은 B.C.4000년 경 이집트의 나일강변에서 자라는 파피루스(Papyrus)라는 식물을 이용해 만들어 쓴 것 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우리가 보통 쓰는 종이는 A.D.105년 중국 후한(後漢)의 채륜(蔡倫)이 삼(大麻)등을 원료로 처음 만든 것 이라고 알려져 있었지만, 그 후 전한(前漢)의 한 무덤에서 종이가 출토됨으로써 이것은 사실이 아님이 밝혀졌다. 따라서 채륜은 종이를 개량했던 사람인 것같다. 중국에서는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에, 간(簡:간은 대나무를 독은 나무조각을 잘 다듬어서, 표면 에 나무즙으로 필요한 것을 기록하여 그 조각들을 가죽이나 끈으로 연결한 것)과 독(牘)이 많이 사용되었고 붓이 발명되면서부터 는 비단도 같이 사용하게 되었다.
- 종이의 종류
서화용으로 쓰이는 종이는 크게 나누어 선지계(宣紙系)와 당지계(唐紙系)로 나누어진다. 선지는 지질이 무른편이며 습기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옥판전 (玉版箋),라문전(羅文箋),백지(白紙)등이 선지에 속한다. 당지는 원래 중국제 종이 전반을 가르 키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죽을 원료로 하는 종이를 지칭하고 있다. 그 종류에는 일번당지(一番唐紙),이번당지(二番唐紙),백당지( 白唐紙) 등이 있으며 이 외의 가공지로서 납전(蠟箋),채전(彩箋),문양전(文樣箋),주금전(酒金箋),문당전(文唐箋) 등이 있다. 또 한 청조(淸朝)시대의 종이로서 지금까지 감상의 대상으로 애장되는 고지(古紙)가 있는데 징심당지(澄心唐紙),방금율산장경지(倣金栗山藏經紙)같은 것이 있다.
- 종이의 선택과 보관
서화용 종이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좋다. 거칠지 않고 매끄러우며 앞뒤의 구분이 정확히 되는 것,흡수,윤갈(潤渴)이 적당히 되어서 필법이 잘 나타나는 것,번지지 않고 발색(發色)이 좋고 먹빛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것,너무 얇지 않고 찢어지지 않는 보존성을 지닌 것 등이다. 종이 보관할 때는 습기가 없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어서 벌레나 곰팡이로 인해 종이가 파손되지 않게 해야 한다.
멀리 신석기 시대에 인류는 도기 위에 다양한 색채의 물감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짐승의 모양을 가늘게 그렸는데 이것은 당시 먹을 갈았던 도구가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서안(西安) 반판(半坡)의 원시유적에서 출토된 석기를 보면 표면에 물감을 갈아 썼던 흔적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으니 이것은 그 당시부터 벼루를 사용하기 사작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벼루는 대개 한(漢)대에 이미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 당시에는 옥으로 만든 벼루는 드물었고, 대부분 돌이나 오지그릇으로 만들었다. 동한(東漢) 때 묘에서 출토된 동연(銅硯)이 보여지고,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에는 기와나 돌을 새겨 만든 벼루도 있었으며, 수당(隋唐) 시대에 와서 벼루의 재료와 형상이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하였다. 당나라 때에는 이미 돌로 만든 벼루가 보편화되었는데 광동(廣東) 고요현(高要縣)의 단석(端石)과 안휘(安徽) 무원현( 源縣)의 흡석(翕石)이 벼루의 재료로 쓰였는데 이것이 중국 벼루의 진수를 이루고 있다.
벼루의 재료로는 질그릇·돌·기와·벽돌·옥·오지그릇 등을 사용하여 만들었으며, 모양도 매우 다양하여 모난 것·둥근 것·장방형인 것·타원형인 것 등 매우 다체롭다.
초학자들에게 있어서 벼루는 실용적인 것이 좋으며, 모양이나 질에 대하여 너무 따질 필요는 없다. 좋은 벼루는 입자가 가느련서도 매끄럽지가 않고, 단단하면서도 성급하게 갈리지 않는 것이다. 매끄럽지 않기 때문에 먹이 빨리 갈리며, 성급하지 않기 때문에 먹이 윤기를 머금을 수가 있다. 이러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먹을 갈아도 입자가 가늘면서도 고르게 되어, 붓 끝을 자치지 않게 되며, 글자도 광채를 발하여, 붓이 갈라지지 않게 된다. 나쁜 벼루는 석질이 매조미쌀과 같이 굵기 때문에 붓을 상하게 할 뿐 아니라 먹을 갈 때 거품이 일어나며 이것으로 쓴 글씨는 윤택한 맛도 나지 않는다. 벽돌로 만든 벼루는 너무 거칠고, 오지그릇으로 만든 벼루는 너무 매끄러워 모두 실용적이 되지 못한다. 초학자들이 벼루를 선택할 때에는 석질이 가늘고 깊이 패여있어서먹물을많이 저장할 수 있는 것으로 보통 정도의 것이면 충분하지 구태여 비싼 벼루를 살 필요까지는 없다.
벼루를 사용할 때에는 먼저 벼루에 남아 있는 찌꺼기를 제거한 다음 생수를 오목하게 파진 부분[硯池]에 가득 부어 벼루면과 수평을 이루게 한 다음, 먹을 곧바로 세워 가장 큰 타원형을 그리면서 간다. 만약 좋은 벼루를 사용할 때 나쁜 먹을 사용하면 벼루면이 상하며 수명에 지장을 받으며 갈려진 먹물도 좋지 않다. 먹을 다 갈았을 때에는 반드시 먹을 벼루밖에 노하야지 벼루면 위에 놓게 되면 꽉 늘어 붙게 되어 벼루가 상하게 되고 글씨를 쓰기에도 불편하다. 연지(硯池)에는 항상 먹물을 묵혀두어서는 안되며, 글씨를 다 쓰고 벼루를 닦을 때에는 차갑고 맑은 물로 씻는 것이 좋다. 만일 뜨거운 물로 씻으면 연대(硯臺)가 끊어지기가 쉽다. 물로 씻은 뒤에 수건·종이·송 등으로 닦지 말며, 태양에 쪼이지도 말고 그냥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 벼루를 쓰지 않을 때에는 맑은 물을 연지에 부어 습기를 유지하여야 한다. 만일 벼루가 건조해 있으면 사용할 때 먹의 흡수가 너무 빠르게 되기 때문이다. 연대를 깨끗하게 보존하려면 벼루에 맞는 뚜껑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이것이 들어갈 수 있는 상자 등을 사용하여 보관하는 것이 좋다.
- 벼루의 기원과 재료
벼루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은허(殷墟)에서 발굴된 묵서(墨書)의 흔적으로 미루어 그때 이미 벼루가 있 었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시황제(秦始皇帝)때<B.C.217>인 것으로 추정되는 원판석연(圓板石硯)이 발견되면서 그것이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벼루로 알려져있다. 벼루는 대개 돌로 만들어지지만 와연(瓦硯),도연(陶硯)도 있고 수정,비취,금,은등 으로 만든 것도 있다. 먹을 가는 부분을 연당(硯堂),갈려진 먹물을 모으는 곳을 연지(硯池)라고 한다.
- 좋은 벼루
좋은 벼루란 한마디로 `마묵(磨墨)과 발묵(發墨)이 잘되고 붓털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봉망(鋒芒;벼루의 표면에 있는 미세하고 날카로운 줄눈과 같은 것)이 가지런히 꽉 차 있어야 하며 단단함과 강도(强度)도 동시에 지녀야 한다. 벼루의 표면은 매끄럽고 경도가 높은 것이 좋으며 적당히 무거워서 먹을 갈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먹 을 가는 촉감이 마치 뜨거운 다리미에 양초를 문지르는 것같이 소리는 들리지 않고 달라 붙어 미끄러지는 상태와 같은 벼루가 좋 은 벼루라 하겠다.
- 벼루의 취급과 보관
오랫동안 벼루에 묵은 먹물은 먹빛을 감소시키고 벼루를 손상케할 뿐 아니라 붓을 상하게 하므로 벼루 사용후엔 반드시 깨끗 이 닦아 놓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벼루에 말라붙은 먹은 벼루를 상하게 하며 다음 쓸 때 먹빛을 상하게 한다. 특히 여 름철에는 곰팡이가 날 경우도 있고 붓까지 버리는 경우가 생긴다. 끓인물로 벼루를 씻지 말고 헝겊이나 종이로 표면을 닦아내는 것도 올바른 취급이 아니다. 또 벼루를 포개서 보관하지 않도록 하며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보관한다.
먹의 좋고 나쁨
먹은 글씨를 쓰는데 필수 불가결의 용구로서 먹의 좋고 나쁨은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좋은 먹은 붓(의 끝)이 연호(軟豪)든 경호(硬豪)든 관계없이 운필을 영활(靈活)하게 하고 붙거나 껄끄럽거나 막힘이 없게 해 준다. 그래서 역대의 서가들은 먹의 선택에 매우 주의를 기울였다.
먹의 좋고 나쁨을 감별할 때는 먼저 입자가 미세하고 윤기가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하니 만져보아서 거친 느낌이 있는 것은 좋치 못한 먹이다. 다음으로 묵정(墨錠)이 자색(紫色)의 광택을 하고 있는가를 본다. 청색의 빛을 띠고 있는 것은 또한 최상의 먹은 아니다. 그리고 난후에 먹의 향기를 판별하는데 좋은 먹은 맡으면 향기가 없으나 먹을 갈게 되면 도리어 한 차례의 맑은 향기가 풍긴다. 먹을 감별할 때는 입에 대고 입김을 한번 분 후에 재빨리 냄새를 맡아 본다. 만약 경미한 사향과 용뇌의 냄새가 풍기면 좋은 먹이다.그리고 좋은 먹은 무겁고, 나쁜 먹은 가벼우며 좋은 먹은 두드려 보면 맑은 소리가 나지만 나쁜 먹은 두드려 보면 맑은 소리가 나지만 나쁜 먹은 소리가 없다.
결론적으로 좋은 먹은 바탕이 치밀하고 아교가 적고 색이 검고 소리가 맑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질세(質細)란 먹중에 잡된 것이 없고 기포(氣泡)가 적거나 없어서 조직이 긴밀하여 먹을 갈 때 입자가 세밀함을 가리킨다. 교경(膠輕)은 먹 가운데 배합된 아교질이 적어 먹을 갈 때 먹이 진하더라도 엉기지 않고 운필이 산뜻함을 가리킨다.
먹을 갈때는 물은 잡된 것이 없는 맑은 물을 사용해야 하니, 뜨거운 물이나 차물(茶水)은 사용해서는 안된다. 뜨거운 물은 먹은 빨리 풀리지만 먹의 입자가 굵게 되며 차물을 사용하면 먹의 광택에 손상을 준다. 먹을 갈때는 무겁게 눌러서 가볍게 밀어야만한다. 먹은 반드시 수직으로 세우고서 반드시 한 방향으로 갈아야 한다. 먹색의 농담은 자기가 사용하는 붓과 쓰려고 하는 서체가 무엇인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경호를 사용한다면 먹이 좀 진해도 되고 연호를 사용한다면 먹이 진할 경우 쓰기가 어렵다. 해서를 쓸때는 먹이 진해야 하고 행초는 먹이 좀 옅어도 무방하다. 전,예서를 쓸 때는 해서와 행,초서의 중간이 적당하다. 그리고 먹의 양은 쓰고자 하는 글자의 다소에 따라 결정되니 일반적으로 먹은 용도에 따라 적당히 가는 것이 좋다. 신선한 먹은 글씨를 쓸 때 상쾌하지만 수묵(宿墨;묵힌 먹)은 아교가 많고 입자가 굵어 봉호(鋒豪)가 끈적해져 좋지 않다.
글씨란 곧 붓으로 먹을 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종이와 벼루는 모두 먹을 도와서 서예를 잘 발현시키는 데 사용되는 것이고, 먹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가려 쓰려고 하는 것은 작품의 미적 효과를 발휘하여서 그 아름다움을 후세에 남기려는 것이다. 진·당·송·원의 글씨가 수 백년을 지나도 먹빛이 칠과 같고 신기가 감도는 것은 무엇보다 먹의 질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먹을 갈아서 글을 쓰게 될 단계에 이른 것을 발묵이라 하는데 곧 먹이 피어나서 먹물이 아름다운 빛깔로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먹을 피어 오르게 하려면 반드시 좋은 벼루에 새 물을 따르고 힘을 뺴고 시계바늘 방향으로 원을 그리며 천천히 갈아야 한다. 급히 갈아서 열이 생기거나 열 때문에 거품이 생겨서는 안되며, 사용할 때 갈아서 곧 쓰도록 하고, 갈아 놓은 것을 오래 두면 먼지로 인해 더러워지고 또 아교 때문에 진흙처럼 영겨서 운필이 곤란하다. 사용한 후에는 닦아두고 먹의 찌꺼기가 잔뜩 붙어 있어서는 아니된다.
• 먹은 첫째, 모래알 같은 것이 섞여 있어서는 안 되며 그 질이 가볍고 갈 때 소리가 없는 것이 좋다.
• 한편, 먹은 똑바로 갈아야 하며 마면이 비뚤어지면 심신의 자세가 바르지 못하고 정신 통일이 안되어있어 사심이 발동하는것을 의미한다.
먹은 크게 나누어 송연묵·유연묵이 있으나 식물성인 것이 품질이 양호하며, 먹에 쓰이는 아교는 아주 고굽품이라야 질이 좋다. 화가가 물감을 쓸 때 남에게 시켜서는 철저하지 못한 법이다. 반드시 자기자신이 해야만 비로소 유현한 색채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등산을 할 때도 자신이 직접 걸어서 산을 올라가야 참다운 등산맛을 알 것이고 산의 영기에 접할 수 있는 것이지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면 어찌 등산의 쾌감을 맛볼 수 있겠는가? 이와같은 이치로 묵색을 내려하는데 먹즙을 대용한다든가 기계로 먹을 갈아서 쓴다는 것은 참다운 도가 아닐 뿐더러 서도의 정신을 모독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 먹의 기원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형태와 비슷한 먹은 한대(漢代)에 들어와서 소나무의 그을음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 먹의 종류
먹은 첫번째로 노송(老松)을 태워 나온 그을음에 아교와 기타 약품을 섞어 만든 송연묵(松烟墨)이다. 먹은 그을음의 고운 정 도와 아교의 질 등에 따라 좋고 나쁨이 결정되며, 송연묵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청홍색을 띠는 것이 특색이다. 다음으로 유연묵 (油烟墨)이 있는데 이는 식물의 씨를 태워서 만든 것으로 가격이 상당히 비싸 궁궐에서 혹은 고관대작만이 썼다고 한다. 또 양연 묵(洋烟墨)인데 카본블랙이나 경유,등유등을 써서 만든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쓰는 대개의 먹은 바로 이 먹이다. 이 밖에 석각을 하거나 전각을 할때 쓰이는 주묵(朱墨)이 있다.
- 좋은 먹
먹은 부피에 비해 가벼운 것이 좋으며 주묵(朱墨)은 무거운 것이 좋다. 먹의 표면은 매끄럽고 결이 고우며 윤기가 나는 것이 좋다. 오래된 먹은 수분기가 빠져 단단하므로 새로 만든 먹이 좋다. 그리고 ,광택(光澤)은 먹빛에 따른 필수조건으로서 화려 한 윤기가 아니라 침착하고 그윽한 광택이 나는 것이 좋다.
- 먹의 사용법
좋은 먹이라도 가는 방법이나 사용법이 좋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갈 때는 너무 힘을 주어 갈면 안되는데, 이는 먹의 입자 가 거칠어져 쓰기에도 힘들고 먹빛도 않좋기 때문이다. 가는 것에 대해서는 `마묵여병아 파필여대장부(磨墨如病兒 把筆如大壯夫 )'라는 말이 있듯이 천천히 가볍게 둥글게 가는 것을 본령으로 삼는다. 그리고 전날보다 남은 먹물에 물을 넣어 갈아 쓰는 경우 , 아교질과 탄소(炭素)가 분리되어 먹물이 광택을 잃게 되고 번지게 되므로 쓰다남은 먹물에 물을 넣어 사용하지 않도록 한다.
출처:서예이야기-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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